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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라진 평균수명, 바뀌는 노인의 정의

    인류는 어느 때보다 오래 살게 되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3세를 넘어서며,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복지 정책, 법률, 건강보험, 고용 정책 등에서는 만 65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기준이 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일부에서는 만 70세 또는 72세로 노인 기준을 상향 조정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대한민국에서는 노인의 정의가 사회 정책과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고령자 고용지원금, 기초연금, 경로우대 교통비 지원, 노인 복지시설 이용 등은 모두 특정 연령을 기준으로 제공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노인은 과연 몇 살부터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정책과 재정, 그리고 사회적 합의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노인의 기준을 만 72세로 상향 조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활발한 고령층의 사회 참여, 경제 활동 지속 가능성, 그리고 건강 수명 증가라는 변화된 현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만 72세’ 기준의 타당성, 사회적 파급 효과, 그리고 실제 노인들의 반응 등을 중심으로 세 가지 측면에서 이 이슈를 분석해보겠습니다.

     

    1. 건강수명과 평균수명 사이, ‘노인’의 재정의 필요성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83세를 넘고 있으며, 건강수명 역시 74세 내외로 높아졌습니다. 즉, 많은 국민이 만 70세를 넘어서도 스스로 생활하고, 일하며, 사회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과거에는 60세만 넘어도 은퇴를 준비하며 '노인'으로 간주되었지만, 지금은 70대에도 회사에서 일하거나 창업에 도전하는 시니어들이 많습니다.

    이처럼 노인의 기준을 기존의 생물학적 나이가 아닌, 기능적 능력과 건강 수준을 기준으로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고령자 정의를 '65세 이상'에서 '75세 이상'으로 조정하려는 논의를 진행 중이며, 이는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만 72세는 많은 고령층이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시점이며, 여전히 생산적인 활동이 가능한 나이입니다. 즉, 단순히 수치상의 연령보다 실제 삶의 질과 건강 상태를 고려한 ‘실질적 노인 기준’이 더욱 타당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입니다.

    2. 노인 복지와 연금 정책에 미치는 영향

    노인의 기준을 만 72세로 조정할 경우, 사회복지 정책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기초연금 수급 연령 변경입니다. 현재는 만 65세부터 기초연금이 지급되는데, 이를 72세로 상향할 경우 연금 지출은 줄어들겠지만, 수급 대상자의 박탈감과 반발도 만만치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재정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화로 인해 연금, 건강보험, 노인 돌봄 예산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만 72세로 기준을 조정할 경우 일정 부분 재정 부담이 줄어들고, 복지 대상자 선별이 보다 정교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어, 정책의 유연성과 단계적 조정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연령 기준만 바꾸는 것이 아닌, 개인의 기능적 연령과 사회적 역할을 함께 고려한 맞춤형 복지 체계로의 전환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72세 기준이 또 다른 차별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3. 당사자인 고령층의 인식과 사회적 수용성

    이와 같은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바로 고령층 자신입니다. 실제로 여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의 고령자는 자신을 ‘노인’으로 인식하지 않으며, 사회적으로도 여전히 ‘청년 노인’으로 활동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복지 혜택이 줄어들거나, 법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예를 들어 경로우대 혜택이 줄거나 무료 건강검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은 민감하게 받아들여집니다. 따라서 노인 기준 조정 논의는 ‘사회적 낙인’의 해체와 경제적 안정성 확보라는 두 가지 축을 동시에 고려해야만 실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실제 고령자 단체나 복지 전문가들도 “노인의 기준을 상향하더라도, 그에 맞는 복지 유지는 필수”라고 강조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그 나이를 살아가는 삶의 질과 사회적 존중이라는 점을 사회 전체가 인식해야 합니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방식과 사회의 준비

    ‘만 72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적당한가’에 대한 답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고령층의 건강과 사회 참여 능력이 향상되었고, 그에 따라 기존 기준을 재조정할 필요성도 커졌습니다. 하지만 노인의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반드시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이 자체가 아니라, 나이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와 제도의 정합성입니다. 노인을 ‘지원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살아가는 시민’으로 존중하는 인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기준 변경은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닌, 복지체계의 재설계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포함해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노인의 기준을 시대에 맞게 재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재정의는 단순한 숫자의 변경이 아닌, 삶의 질과 사회적 연대가 전제된 포용적 전환이어야 합니다. 만 72세라는 기준은 하나의 출발점일 뿐, 진정한 변화는 노인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고령사회 속 변화하는 노인의 기준